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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권유 받고 가지 않았던 이유? 의지 문제, 우울감, 진료계기

by momozip 202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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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간다는 생각

 

신경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한 번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는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같은 생각을 했었죠. '나는 아직 괜찮아.', '조금만 쉬면 나아질 거야.', '정신과까지 갈 정도는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런 걸 거야.' 그렇게 저는 또 버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그 선택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5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정신과는 마지막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저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막연한 편견만 가지고 있었죠. 정신과는 정말 심각한 사람이 가는 곳. 한 번 가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곳. 괜히 기록이 남아서 불이익이 생기는 곳.

 

지금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걸 알지만, 그때의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제가 정신과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의지가 약해 보이는 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늘어가는 자책

늘어가는 우울감

 

그렇게 계속 스스로 합리화하고 설득시키며 버텼어요. 몸은 점점 더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통은 더 심하게 반복되었고, 자도 자도 피곤한 상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고 일어나는 게 고통스러웠고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받으며 쉽게 지치고 눈물이 났어요.

 

집중력이 떨어져서 회사에서 실수하는 날들도 있었고 해야 하는 일 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시작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제 성격 문제,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책하는 날들이 점점 길어졌어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시간 관리를 왜 못하지?'

'왜 의지가 약해서 운동도 안 가지?'

그렇게 저를 탓하는 날들이 길어져만 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했을 때 신기했던 건, 완전히 무너지는 날은 없었다는 겁니다.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내고 마감이 다가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끝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성실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남들도 다 똑같이 이렇게 사는 것 같아서, 결국엔 다 해내는 저를 보면서, 정신과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속으론 점점 지쳐가고 있었던 겁니다.

 

 

혼자 버티는걸 멈추세요

정신과 진료 시작 후

 

몸이 아프면 원인을 알아야 대처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제가 아픈 이유를 몰랐습니다. 왜 이렇게 몸이 피곤한지, 집중이 안되는지, 머리가 아픈지, 남들은 쉽게 해내는 일들이 나는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원인을 모르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운동도 해보고 쉬어도 보고 영양제도 먹어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되는 건가 싶어서 더 열심히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정신과를 찾았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지금처럼 버틴다 해도 나아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정신과 초진을 받고 나서야 제가 의지 부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사실을 인정 함으로써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듣습니다. 정신과 약 먹는다고 좋은 거 아니다, 끊을 수 있을 때 끊어야 한다. 운동도 해보고 여행도 가보고 이것저것 해보라는 얘기를요. 처음에는 그런 얘기들을 듣는 게 화도 났다가 짜증도 났다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를 건네주는 이들의 모습이 꼭 예전의 저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누군가는 저와 전혀 다른 이유로 힘들 수도 있고, 같은 증상이더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언제까지나 저의 경험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저처럼 '조금만 더 버티면 되지'라는 말을 스스로 계속 설득하고 계시다면, 한 번쯤은 전문분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조금 더 일찍 치료를 시작할 걸 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은 삶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정신과 진료를 처음 받았던 날, 성인 ADHD 검사 등을 받게 된 과정들을 기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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