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우울증이면 자녀도 반드시 우울증에 걸린다는 말, 정말일까요? 저도 예전에 집중력 문제나 감정 기복이 반복될 때마다 ‘이게 타고난 건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ADHD와 우울증, 불안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였기 때문에 유전적 영향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 상태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기보다는, 기본적인 기질 위에 환경과 생활 패턴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부모님 ADHD 자녀 유전율
ADHD의 유전율은 70%~8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율이란 ‘이 질환이 발생하는 데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이 수치만 보면 ‘부모가 ADHD면 자녀도 거의 확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가 ADHD일 때 자녀가 ADHD를 겪을 확률은 약 40~50% 정도로, 절반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ADHD는 도파민 수송체(DAT1)나 도파민 수용체(DRD4)와 관련된 유전적 특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도파민 수송체는 신경세포 사이에서 도파민을 다시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과도하면 도파민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해 집중력 저하나 충동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후성유전학'입니다. 유전자 자체는 같아도, 환경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실제로 안정적이고 일관된 환경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약을 복용하면서 느낀 점은, 약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면이 무너지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반대로 생활이 안정되면 같은 사람인데도 훨씬 덜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유전 자체가 아니라, 그 취약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라고 느꼈습니다.
주요 관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
- 스트레스 관리 및 환경 조절
- 일관된 생활 루틴 유지
우울증·불안장애·조현병 유전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환경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우울증의 유전 기여도는 약 30%~40% 정도로, ADHD보다 낮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평생 동안 약 10% 정도가 우울증을 경험하며, 부모가 우울증일 경우 자녀의 발병률은 20~30% 정도로 증가합니다. 즉, 위험은 증가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환경과 경험에 의해 결정됩니다. 불안장애 역시 비슷합니다.
유전되는 것은 ‘질환 자체’라기보다,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의 기질입니다. 편도체가 더 예민하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로 이어질지 아니면 장점으로 작용할지는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경험에서도 이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스트레스가 과도할 때는 감정 조절이 훨씬 어려워졌고, 반대로 환경이 안정되면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어도 훨씬 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전이라서 어쩔 수 없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더 취약해지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병·중독, 유전율은 높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조현병은 유전율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 발병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녀 발병률은 약 10~15%, 양쪽 모두일 경우에도 40~50% 수준입니다. 특히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쌍둥이에서도 발병 일치율이 50% 정도라는 점은, 나머지 절반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전되는 것은 ‘중독 자체’가 아니라 보상회로의 민감도입니다. 같은 자극에도 더 강한 쾌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특정 자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유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유전은 결정이 아니라 ‘경향’입니다. 유전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제 성향을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훨씬 편해졌습니다. 유전적 취약성을 안다는 건 오히려 장점일 수 있습니다. 어디를 더 신경 써야 하는지, 어떤 환경이 나에게 중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은 총을 장전할 수 있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건 결국 환경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작은 습관,규칙적인 생활, 안정적인 환경, 주변의 지지가 결국에는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