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통 때문에 신경과를 세 곳이나 다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병원에서 들은 말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였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왜 정신과 얘기가 나온 건지, 그때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왜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몸을 방치했는지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렸던 학생 때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돈이 없는 것이 싫었죠. 부모님이 생활비 때문에 다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싫었습니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고,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쉬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찾았고, 몸이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대학 생활을 이어갈 때 저는 출근을 하며 월급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때의 저는 되돌아보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데 집중하느라 몸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던 두통
지금 생각해보면 제 몸은 오래전부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자주 아팠어요. 생리통도 심했습니다. 복통과 소화불량이 반복됐고, 변비와 설사를 오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감기도 자주 걸렸고, 면역과 관련된 질환도 생겼습니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보다.'
이 정도로만 넘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가장 괴롭혔던 증상은 두통입니다. 두통 때문에 병원을 세 곳이나 찾아다녔습니다. 잠깐 아프고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일을 하다가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픈 날이 있었고, 쉬어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 모두 뇌혈관 질환을 앓으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뇌혈관질환에 대한 걱정이 커졌습니다. 혹시 나도 유전적인 문제로 두통이 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유명하다는 신경과를 찾아다녔습니다.
첫 번째 병원. 두 번째 병원. 그리고 세 번째 병원. 병원을 다니는 것도, 검사를 받는 것도 지쳐갔습니다. 검사를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원인을 찾고 아프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죠. '이렇게 아픈데 이상이 없다고?' 몸은 분명 아픈데 검사에서는 괜찮다고 하니 더 답답해져 갔습니다.
신경과 세 곳을 다녔지만
찾지 못한 두통의 원인
마지막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듣고 진료가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별다른 이상은 없고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는 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정신과도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몸이 아픈 건데 왜 정신과를 이야기하지?'
속으로는 의사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찾아왔는데 왜 정신과를 가보라는 말을 하실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두통때문에 정신과 권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제가 그때 화가 났던 이유는 의사 선생님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었던거겠죠 '혹시 진짜 정신과를 가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제가, 그런 곳을 가는게 의지가 약해져서, 의지가 약한 사람이나 가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병원에 간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제 의지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당시 의사선생님의 말은 제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부분을 정확히 건드리셨던 겁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래서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날 이후에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또 버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마음을 더 단단하게 먹으면 되는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혼자 버틸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결국 저는 5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입니다. 누군가에게 같은 증상이 있다고 해서 같은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처럼 몸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결국 그날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모든 게 한 번에 좋아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